바솜하우스의 집 이야기
1. 우리에게 집이란? 이사 다닐 때마다 느끼는 것, 나 한사람을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이 딸려 다니는구나 하는 생각. 때론 한 마리 사자처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자유로운 삶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집을 짓더라도 자연에 살포시 얹혀놓은 집. 최소한만 필요한 미니멀한 집을 지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족이 함께 하는 집은 나 혼자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기에 많은 부분을 포기?(양보)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전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집은 절대 ‘짐’이 아닌, 우리에게 날개를 달아줄 최소한의 소박한 장소여야 합니다. 더 큰 세상이 있는데 집이 너무 좋아 집에만 머문다면 그 삶이 너무 아깝지 않겠습니까?
2. 내 집 짓기 꼭 필요한가? “‘배(선박)’는 새 배를 사고 집은 헌 집을 고쳐 살아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집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 말도 있고요. 어느 정도 그 말에 공감은 가지만 제 생각엔 자기 하기 나름인거 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집 지으면서 10년은 젊어 진거 같습니다. 비어있는 땅에 기초가 서고 하나둘씩 뼈대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은 부풀어 오르고 하루하루가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집 한 채를 짓기 위해 수백명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분들의 정성과 따스한 손길이 아니면 절대 완성될 수 없는 그 무엇. 그것이 바로 집짓기입니다.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집은 인생에 서 꼭 한번쯤 해 봐야 하는 아주 큰 즐거움입니다.
3. 왜 패시브하우스여만 하는가? 집을 지어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집짓기 관련 책을 한두권씩 사서 읽어 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20여권의 책이 쌓이더군요. 그 책들을 읽고 난 결론은? 바로 ‘패시브하우스’ 였습니다. 자동차업계에 벤츠가 있다면 주택업계의 벤츠는 ‘패시브하우스’ 였습니다. 이왕 지을 집, 우리가족이 오래 살 집이라면 쾌적하고 건강한 좋은 집에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라면 건축비용이 일반주택의 1.3배 이상 든다는 사실. 하지만 10여년간의 에너지 절감비용 및 일상의 행복감을 고려한다면 그 이상의 가치를 지불해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4. 집 지을때 10년 늙지 않으려면?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하지만 한마디로 대답한다면 단연코 ‘신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건축가/시공사가 내 돈을 떼먹고 도망가진 않을까? 건축비용을 나 모르게 속이진 않을까? 이런저런 의심하다 보면 10년이 아니라 30년도 늙습니다. 이왕 믿고 맡기는 거, 한없는 믿음으로, 신뢰를 가지고 조금씩 양보해 나간다면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올 거라 확신합니다. 대신 믿을 만한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겠죠.ㅋ 5. ‘해가패시브’와의 만남 ‘패시브로 집을 짓자’는 결론을 내면서 패시브하우스로 지어진 집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가까운 곳이 남해의 ‘아영에듀하우스’. 수십년간 독일에서 생활하다 남해에 정착한 교수님 부부가 직접 지으신 집인데 그분께서 아는 지인을 소개시켜 주셨습니다. 교수님 부부의 인품을 생각하면, 그리고 그분들과 친하게 지내는 분이라면 절대 ‘꽝’은 아니겠구나 싶어 첫 만남의 기회를 가졌습니다.ㅎㅎ 그분이 바로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의 조민구 대표님. 소탈하고 정직해 보이는 모습, 일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이 그 전에 만나 본 설계/시공사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돈이 아닌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려는 분이셨고 저랑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믿을 만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왜 하필 중목구조 패시브하우스인가? 집짓기 책들을 보면서 ‘경량목구조 패시브하우스’를 생각했습니다.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면 스틸이나, 시멘트 구조는 절대 아닌거 같고 이왕이면 사람에게 따스함을 주는 목구조로 하고 싶었습니다. 중목구조는 좋아는 보이지만 막연히 비용적인 부담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해가패시브는 중목구조로 한다는 사실’. 조대표님이 한국패시브건축협회에서 일하시다 ‘중목구조 패시브의 대중화’를 선언하며 개인사업체를 차리셨다고 하더라고요. 내색하진 않았지만 속으로 기뻐하며 ‘그럼 검증(?) 한번 해볼까?’하는 마음으로 함양에 있는 중목구조 패시브하우스를 찾았습니다. 집주인 또한 건축가 이셨는데 조대표님의 자문과 조언을 통해 함께 시공하며 지은 집이었습니다. 집에 들어선 순간 중목이 주는 포근함과 아름다움에 그냥 반해 버렸죠. 건축비용도 제가 우려했던 만큼 큰 부담은 아니겠더라고요. 나중에 집지으면서 보니 일본에 내진설계까지 의뢰해 가며 가장 안전하고 과학적인 집을 짓고 있었습니다. 7. 집짓기는 수행의 과정인가? 한없는 신뢰를 가지고 믿고 맡겼지만 그래도 자신이 ‘건축주’인데 그냥 아무말 하지 않고 지켜만 볼 수는 없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이야 잘 모르니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어느 정도 집 틀이 잡히면 자신이 원하는 욕구들이 마구마구 생기게 됩니다. 그걸 모두 반영해 주길 희망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자기 생각만 주장해 버린다면 그때까지 쌓아올린 좋은 관계는 무너지겠죠.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이 꼭 정답은 아니다’라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합니다. 그분들은 수십년간 집을 지은 전문가입니다. 버릴건 버리고 양보할건 양보하여야 합니다. 제가 하나를 양보하면 그분들은 열 개를 되돌려 주시더라고요. 절대 다른건 잃어도 사람을 잃어선 안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내부 인테리어 단계에 들어가면 직접 생활하는 공간들이라 그 욕구는 용솟음 치게 됩니다. 하나하나 욕심을 버려가는 수행의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죠. 참고로 저흰 그냥 그 욕심에 굴복했습니다.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완전 나쁜 결정이라고도 생각하진 않습니다. 행위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고 언젠가 그 댓가를 꾸준히 갚아 나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갑자기 성경구절이 생각납니다. ‘남의 돈으로 제 집을 짓는 자는 제 무덤에 쌓을 돌을 모으는 자와 같다’<집회서 21:8> 조금 많이 뜨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명하게 성경말씀에 따라 살아갈 지혜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8. ‘인간이 마음으로 앞길을 계획하여도 그의 발걸음을 이끄시는 분은 주님이시다’<잠언 16:9>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삼천포라는 곳에 집을 지었습니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그 삼천포에 제가 집을 짓고 살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땅을 선택 할 때도, 집을 지을 때도 항상 그분은 함께하셨습니다. 조민구 대표님/지호진 대표님을 만난 것도, 소장님들과 목수님 그리고 다른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은 것도 그 이끄심 때문이라는 것을 압니다. 아무리 제가 발버둥 치며 뭘 계획하여도, 그 이끄심이 없으면 전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깨어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분의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매사에 기뻐하며 감사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기도해야 합니다. 일단 한번 해 보십시오. 그분의 은총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넘치도록 가득 채워 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은총을 혹 받게 되면 그냥 마음껏 만끽하십시오. 저희가 즐거워 하면 그분도 함께 즐거워 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매일 그분의 은혜 속에 살고 있습니다. 총총한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잠자리에 들며, 새벽의 맑고 깨끗한 공기와 따스한 햇살아래 잠을 깹니다. 와룡산자락을 어깨에 걸치고 삼천포시내를 두 팔로 품은 이곳 바솜하우스에서 저흰 그분의 사랑을 키우고 그것을 나누려 합니다. 좋은 집을 지어주신 주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조민구 대표님/지호진 대표님을 비롯한 도움주신 많은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2019년 3월 14일에 삼천포 바솜하우스에서 바오로 씀 * 바솜하우스 : 바오로+소피아+정민이의 사랑 가득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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